제본표지의 준비호로 시작한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기관지가 어느덧 15호를 내게 되었다. 준비호를 일곱 번 냈으니, 합치면 스물두권이나 된다.
매달 500권을 찍어 비정규노조, 연맹, 투쟁사업장, 회원 등에게 보내는데, 질라라비를 한 번 만들 때마다 철폐연대 한달 예산의 70%를 잡아먹는다.
그래서일까. 질라라비를 한 번 낼 때마다 온갖 잡생각이 머리를 어지럽힌다. 다른 단체들 기관지를 보면, 뭔가 정돈되어 있고 세련되고 내용도 참신한 것 같은데 우리 기관지는 왜 이렇게 어설프고, 그 내용이 그 내용인 것 같은 걸까. 우리가 능력도 안되는데 오버해서 기관지를 만드는 게 아닐까. 차라리 신문을 내 볼까. 아무튼 정말 온갖 잡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얼마전 한 주점에서 '질라라비가 어떤 것 같아요?'라고 물어봤다가 정말 큰 상처를 받았다. 그 사람 왈, '저는 책상 높이가 안맞을 때 질라라비를 사용해요' 였다. 충격이었다. 또 어떤 사람 왈, '아직도 폐간 안했어요?'다. 더 충격이었다.
철폐연대의 사업과 투쟁을 매달 총화하고, 비정규직 투쟁사업장과 소통하고, 회원들과의 관계도 돈독히 한다는 소박한 취지 아래, 질라라비를 만들었다. 그런데 반응은 아직 그리 좋지 않다.
똑똑한 사람들만 읽을 수 있을 법한 두꺼운 논문집이 아니라, 정말 이 땅에서 어렵게 투쟁하는 비정규노동자, 이주노동자, 여성노동자, 산재노동자, 실업노동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고, 또 큰 힘을 얻을 수 있는 책을 내고 싶었다.
그래서 앞으로 더 정진해야 한다. 누구나 가슴팍에 질라라비를 꽂고 다니고, 누구나 질라라비를 읽으며 편한 마음으로 잠들 수 있을 때까지, 또 투쟁하는 데 너무나 큰 무기가 될 수 있어서 책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줄쳐 가며 읽고, 소중히 다뤄질 수 있을 때까지... 그때까지 우리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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