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민주화 투쟁 20주년이 되었다고 합니다. 과거의 투쟁을 현재의 권력으로 삼는 자들이 20주년 기념식의 연단 위에 앉아있는데, 87년을 현재로 삼아 투쟁하고 있는 동지들은 기념식에 초대받지 못했습니다. 아니, 그 기념식에 가기를 거부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들의 과거는 그들의 과거일 뿐, 우리의 기념은 이 땅 투쟁의 현장에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과거는 단절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 이어져옵니다. ‘호헌철폐, 독재타도’가 20년 전 민중들의 요구였다면, 지금 이 땅의 민중들은 ‘신자유주의 반대, 비정규직 철폐’를 절절하게 외치고 있습니다. 이 요구를 묵살하고 현실 위에 서 있는 자는 결코 과거를 계승하는 자가 아니며, 과거를 짓밟고 과거를 박제화하려는 자들일 뿐입니다.
87년의 알갱이는 투쟁하는 동지들 가슴에 있습니다. 아무리 짓밟아도 결국 민중들의 마음에 품은 분노를 꺾을 수 없다는 것, 사회의 큰 변화와 흐름은 몇몇의 잘난 정치인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민중들의 힘으로 이루어진다는 것, 그리고 비록 지금은 오지 않을 봄인 것 같지만 그 희망을 품고 끝까지 자기 길을 간다면 결국 제대로 된 힘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87년을 통해서 알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의 87년은 바로 지금의 거리에, 이대로 물러서지 않겠다면서 투쟁하는 비정규직 동지들의 가슴 속에 그대로 살아남아서 그 힘을 이어가는 것입니다.
2007년 6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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