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풍속이라 함은 그 나라의 문화를 반영하기 마련인데, 우리나라에는 아기가 태어나는 일과 관련하여 많은 풍속들이 있다. 대문밖에 금줄을 치거나 100일 잔치, 태어난 지 1년이 되면 하는 돌잔치 등이 그것이다.
100일 잔치는 의학 발달도 더디던 시절에 유아 사망률이 지극히 높았던 현실에 비추어 아기가 죽지 않고 100동안이나 살아 있다는 사실을 자축하기 위해 하던 행사였다면, '돌'잔치는 (물론 여기에도 100일 잔치와 같은 의미가 존재하는 것은 물론이다.) 아기가 1년이 되어 이제는 걷기도 하고, 말도 떼고 하여 어느 정도 사람 구실하게 되었음을 알리고, 어째든 세상에 공식적으로 존재의 의미를 알리는 일종의 인간세상 데뷔무대라고 할 만하다. 이날 행하는 돌잡이는 아기가 무엇을 잡느냐에 따라 아기의 장래가 무엇이 될지를 점치는 의미이기도 하고, 1년 동안 죽지 않고 잘 살아있다는 것을 자축하는 일이었다.
요사이 비정규직 노조들은 만들어지기도 어렵지만, 한번 만들어진다고 해도 고용의 불안정으로 정규직 노조만큼 오래가지 못하고 대오 또한 애초부터 그렇게 많지도 않다. 그래서 이 비정규직 노조의 명줄은 옛날 신생아들 마냥 말 그대로 불안정하다. 노조뿐만이 아니라 비정규직 문제를 진득하니 말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기도 하다.
그러는 가운에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가 어느덧 1주년이 되었다.
물론 그 이전의 준비단계와 준비위 단계까지 친다면 더 오랜 세월이 있었지만, 비정규직 문제를 가지고 아니 더 나아가 불안정노동에 대해 말하던 어려움을 딛고 1년까지 살아있었다. 그래서 이제 세상에 말하고 걷고 할 수 있는 존재로 거듭나는 시간이 된 것이다. 물론 철폐연대가 비정규직 노조 자체는 아니지만 위태위태한 순간들을 넘겨서 100일도 지나고 한 살이 되었음을 알리는 1주년 영화제는 그래서 의미가 크다. 돌잡이를 하는 것처럼 이번 철폐연대 1주년과 영화제에서는 지난 시기 비정규직 투쟁을 담은 영상을 보고 평가도 해보고 반성도 해보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속에서 우리의 미래를 내다보는 의미가 크다. 우리 모두 철폐연대가 이후 무엇을 잡을지 내다보는 자리에 함께 하길 바란다.
이번 질라라비 10월호에서는 철폐연대 1주년을 맞이하여 현시기 노동운동이 처한 상황과 나아갈 바에 대해 다루었다. 특집에서는 '대공장 정규직노조' 라는 마녀가 세상을 망치는 주범이며 비정규직들의 고통이 바로 그들 때문이라고 떠드는 항간의 소리들에 대해 일침을 놓으며, 그와 함께 정부가 내놓은 노사관계 로드맵 분석을 통해 정부의 노동운동 공략에 대한 비판을 시사한다.
또한 1주년 맞이 특별대담을 통해 각계에서 철폐연대를 평가하고 철폐연대에 바라는 점을 특별대담의 형태로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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