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0월 26일. 비정규노동자대회가 열리던 그날 이용석 열사가 자기 몸에 불을 붙이면서 동지들은 망연자실했고, 거리로 뛰어나와 근로복지공단 앞으로 옮겨가서 정신없이 노숙을 시작했습니다. 누구를 원망할 수 없이 그저 이렇게 죽음으로써 이야기해야만 하는 현실에 분노할 겨를도 없이 그냥 눈물만 쏟고 계속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그렇게 하루를 보냈습니다.
이제 이용석 열사 분신 4주기를 맞습니다. 비정규 열사들을 기억하는 것은 살아남은 이들에게는 고통입니다. 아직도 힘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앞에서 우리는 그냥 아픈 가슴 부둥켜안고 그렇게 살아있습니다. 그리고 운명처럼 또다시 투쟁의 현장에 나갑니다.
철폐연대에서는 비정규열사들을 기억하는 자리를 마련하려고 합니다. 아무리 아프더라도 두 눈 똑바로 뜨고 머리를 차갑게 하면서 열사들을 만나려고 합니다. ‘열사를 기억한다는 것’에 대해 구구절절이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투쟁의 의미가 무엇인지’ 주저리려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부끄럽고 한스러워서 한 번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던 열사들의 눈망울을 이제는 들여다보려는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를 추스르려는 것입니다.
동지 여러분들과 함께.
2007년 10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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