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도 봄을 이길 수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반드시 봄만을 기다리는 것은 아닙니다. 겨울에서도 우리가 배우고 익혀야 할 것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겨울을 나는 법을 배우고, 겨울에서 힘을 축적해야 하는 것이지, 겨울을 참고 버티면서 봄을 기다리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어쩌면 지금은 추운 겨울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해고되고, 길거리로 내몰립니다. 월차를 쓰겠다고 했다가 식칼테러를 당하기도 하고, 투쟁을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겨울 속에서 우리는 동지들을 얻었고 삶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얻고 있습니다. 그래서 겨울은 우리에게 지치지 않고 좌절하지 않는 투쟁의 힘을 불어넣어주기도 합니다. 이 겨울에 이러한 투쟁의 힘을 축적할 수 있을 때 다시 불일듯이 일어나는 투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믿습니다.
질라라비 35호의 특집은 “노동유연화 시대, 민주노조운동의 혁신”이라는 주제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민주노조운동의 혁신을 이야기합니다. 그것은 민주노조운동의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운동의 역사에서 ‘민주’노조를 사수하고자 해왔던 동지들의 초심이 무엇이었는지, 진정으로 ‘민주노조’는 어떤 것인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그리고 노동유연화가 전면화되는 시점에서 이제는 과거와 같은 구조로는 민주노조운동이 전체 노동자들을 대표할 수 없고, 그 투쟁이 민중의 고통을 대변할 수 없다는 점에 대해 각성하면서 새롭게 운동의 변화시켜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노동의 불안정화 시대, 민주노조운동 혁신에 대한 고민”도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이번 호부터는 86년 구로동맹파업의 한 주역이었던 김현옥 동지가 투쟁의 과정과 삶에 대해서 연재를 해주실 것입니다. 선배 동지의 삶을 통해서 우리의 삶과 투쟁을 되돌아보면서 뒤이어 투쟁하는 동지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고민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2006년 2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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