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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10|09|2003
사내하청 노동자의 권리는 스스로 지켜야 한다

:: 2003-12-29   조회: 4603

※편집자주 - 2003년 6월 2일∼6월 13일 현대자동차 전주지부의 전체 사내하청 노동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교육안입니다.


1. 노동자들의 단결이 왜 필요한가?

  ○ 노동자가 없으면 세상은 돌아가지 않는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발전한다고 노동자들의 생활이 저절로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낮은 임금과 실업, 그리고 고용불안이 계속되면서 노동자들의 삶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노동자들이 권리를 지키고 확대하는 것은 노동자들의 힘이 어느 정도냐에 달려있다.
  ○ 노동자의 힘은 '단결'에서 나온다. 노동자 개개인은 아무런 힘이 없지만 노동자가 뭉쳐서 생산을 멈추거나 집단적으로 요구하면 큰 힘을 갖게 된다. 즉 노동자는 지배권을 갖고 있는 자본가에 대항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모였고, 그 조직적 단결의 틀이 노동조합이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특히 업체별로 갈라져 있고, 원청 회사가 큰 힘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개별 노동자들은 더욱 힘이 없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단결'해야 한다.
  ○ 노동자들은 회사를 상대로 생존권을 확보하고 건강과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동시에 참교육이나, 의료개혁, 세금문제 등 사회 전반적인 민주화를 요구하면서도 투쟁해야 하고, 그 투쟁에서도 노동자들 단결의 힘은 중요하다.

2. 회사는 왜 비정규직을 만들어서 노동자들을 차별하는가?

  ○ 노동자들이 모여서 단결하게 되면 회사로서는 노동자들에 대해 예전처럼 지배력을 행사하기 어렵게 된다. 그래서 노동자들의 단결을 깰 방법을 찾는데 그것이 바로 위계를 만들고 차별하는 것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여성과 남성, 사무직과 생산직 등으로 갈라서, 그 사이에 위계를 만들고 차별하면 노동자들끼리 싸우게 된다. 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많아지고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못하게 되면서 노동조합은 파업의 파괴력도 없고, 예전과 같은 힘을 가질 수 없다.
  ○ 회사는 노동조합 범위 안에 포괄되지 않는 노동자들을 많이 만들어서, 투쟁으로 쟁취한 성과를 다른 노동자들이 나눠 갖지 못하게 한다. 비정규직이라는 이름 같은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되지 못하게 만들고, 임금과 단체협약이 적용되지 못하게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해서 임금을 낮추고 마음대로 해고한다. 노동강도도 강화시킨다. 그래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고용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항의하기도 힘들다. 노동자들을 마음대로 부리고 이윤을 더욱 많이 착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90년대 이후 자동차 구조조정을 한다고 용역, 외주화, 아웃소싱이 진행되었다. 현대자동차에서는 98년 정리해고 반대투쟁을 열심히 했으나 결국 정리해고를 수용하게 되었고, 이후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일정비율 받아들이게 되면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급속하게 많아졌다. 97년 전주공장에서는 신규인력을 계속 사내하청으로 투입하고 있다. 이것은 정규직과 하나도 일이 다르지 않는데, 중간에 하청업체 하나를 끼워 넣어서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차별하는 이상한 근거를 만드는 것이다.

3. 비정규직 노동자들(사내하청)의 권리는 어떻게 침해당하고 있는가?

  ○ 도급을 가장한 불법파견으로서 중간착취를 당하지 않을 권리를 침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직업안정법은 중간착취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도급이라는 명분으로 노동자들을 간접적으로 사용하게 만든다. 원래는 정규직으로 고용했어야 마땅한 노동자들을 비정규직으로 만든 것이다. 여러 가지 형태의 비정규직이 있지만 실제로는 정규직과 동일하게 일을 하는 경우도 많고,
  ○ 임금과 노동조건과 건강권에서 침해를 당하고 있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2중의 비정규직이다. 사내하청 업체어서도 1년 단위 계약이나 6개월 계약도 있다. 고용의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것이다. 임금과 노동조건의 격차는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느낄 것이다. 또한 근속년수에 따라 임금이 상승되지 않고, 매월 말일 기준으로 상여금을 지급해 중도 퇴사자는 상여금을 못받는 등의 편법도 있다. 잔업과 특근도 일방적으로 결정되고 노동강도도 매우 세다. 산안교육이나 산재예방을 위한 조치들은 형식적으로만 이루어진다. 산업안전에 대한 모든 문제는 현대자동차가 결정하는 데도 법적 책임을 사내하청에 떠맡겨져 있다. 이런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권리를 찾아가야 한다.
  ○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아 제약이 많다. 사내하청 업체들은 독립적인 사업주체로서의 재량권이 거의 없기 때문에 사실상 현대자동차의 현장감독자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사내하청 사업주와 고용관계를 맺었기 때문에 실질적인 사용자인 현대자동차에게 노동조건과 임금조건에 대해 이야기할 권리가 없어진다. 원청이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러도 그것이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되지도 않고,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에 대한 실질적인 통제권을 갖고 있는 원청업체가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노동자들의 권리에 대한 침해이다.
  ○ 비정규직은 원래 차별 받아야 할 대상이 아니다. 임금과 노동조건, 작업복, 식대, 안전장구 지급에 이르기까지 차별을 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원래 우리가 차별 받는 2류 노동자인가 보다 생각하게 만들고, 정규직들에게는 허구적인 우월감을 심어놓는다. 그러나 일하는 곳이 하청업체라고 해서 노동자가 하청인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차별을 심하게 해서 노동자들이 무기력하게 만들고, 인간의 존엄성과 자부심을 없애서 투쟁할 의욕을 꺾어버리는 것이다. 우리의 자부심을 되찾는 것은 우리가 단결하고 투쟁할 때만 가능하다.  

4. 노동자에게 유포되는 잘못된 논리

  ○ 우리의 권리가 침해당하고 있으므로 우리는 단결해서 투쟁해야 하지만 단결하고 투쟁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 힘이 약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투쟁의 역사는 우리가 결코 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화물연대 노동자들이 파업을 했을 때 누구도 트럭운전사들이 그처럼 큰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투쟁의 힘으로 심지어는 정부도 움직인다. 중요한 것은 조직력일 뿐이다. 모두가 흔들리지 않고 조직되면 우린 이길 수 있다.
  ○ 우리 힘이 약하다는 생각은 '정규직이 도와줘야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나아간다. 이것은 한편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한편으로는 틀린 말이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먼저 투쟁했던 노동자로서 우리와 연대하는 것이지 우리를 도와주는 것은 아니다. 함께 투쟁하는 것이다. 정규직 노동자들도 힘든 투쟁의 과정을 거쳐 지금의 권리를 찾아왔다. 만약 우리가 스스로 나서서 조직하기를 원하고 투쟁하기를 원하면 정규직들도 연대할 것이다. 그러나 가만히 앉아서 정규직들이 해주기만 바란다면 정규직들은 자신의 문제로 여기고 투쟁해주는 데에 한계를 느낄 것이다.
  ○ 괜히 나서서 문제를 크게 만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비록 차별은 많이 받지만 다른 회사에 비해서 임금도 나은 편이고 고용도 안정된 편이니 조용히 있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할 수 있다. 만약 이런 조건이 계속 유지될 수 있다면 우리도 고민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자동차 산업의 호황이 지속되지도 않고 지금처럼 신자유주의 경쟁 시대에는 노동자들의 고용을 줄이고 노동강도를 강화하려고 자본이 계속 노력하기 때문에 급격하게 고용이 불안정해지고 임금이 더 떨어질 가능성도 높은 것이다. 그 때 가서 후회해도 늦는다.
  ○ 가만히 있으면 정규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노동자들도 많다. 이미 정규직 노조에서 정규직을 신규채용 할 때 40%를 사내하청 중에서 뽑겠다고 했다. 해당하는 나이가 되고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들 중에는 그에 대해서 기대를 많이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정말로 일부에 해당하는 문제이다. 신규채용도 지극히 제한되어 있다. 정규직이 되는 노동자들은 정규직이 되더라도 대다수의 노동자들은 고용불안과 저임금에 시달린다. 이것을 극복하고 모두의 권리를 찾기 위해 단결의 힘이 필요한 것이다.

5. 투쟁하는 비정규직 동지들이 얻는 권리

  ○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동자들도 87년 노동조합을 건설한 이후 매년 임단협 투쟁에서 큰 희생을 치루면서도 선도적으로 투쟁하여 다른 사업장의 투쟁을 이끌어왔다. 90년대 중반의 신경영전략, 그리고 1998년의 정리해고 조치 등으로 많은 노동자들이 상처를 입었고, 고용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지만 그래도 투쟁을 통해 권리를 확장했고, 지금도 그런 준비를 하고 있다. 물론 그 권리 중 일부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이나 부품 업체 노동자들의 몫이어야 할 것도 있다. 자본은 노동자들이 투쟁을 하니까 자신들의 것을 준 것이 아니라, 투쟁하지 못했던 사내하청과 부품업체 노동자의 몫을 그리로 옮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는 더욱 힘차게 연대해서 노동자들끼리 몫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회사로부터 전체 노동자의 몫을 찾아오는 투쟁을 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 98년 한라중공업 사내하청 투쟁 이후 많은 사내하청 투쟁이 있었다. 캐리어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조합원 600명이 파업투쟁을 벌였고, 그 성과로 2년 이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쟁취했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도 사내하청 노동조합과 정규직 노동조합이 힘을 합해 도급 노동자들을 계약직으로 전환시켰고, 그 중에 많은 노동자들이 정규직이 되었다. SK의 하청인 인사이트코리아 노동자들도 2년여의 투쟁 끝에 고등법원에서 정규직 전환 판결을 받아냈다. 현대자동차 아산지부 노동자들도 월차를 쓰려는 노동자에게 관리자가 식칼을 휘두른 것에 항의하여 파업을 벌였고, 결국 노동조합을 건설하게 되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도 비정규직 투쟁위원회가 만들어져서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단지 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화물연대 파업이나 재능교육교사 노동조합의 투쟁에서 볼 수 있듯이 특수고용 노동자들도 노동자성 인정을 요구하며 투쟁을 했고, 워커힐명월관 호텔 노동조합이나 한국통신산업개발 비정규직, 그리고 한국통신 계약직 노동조합 등 계약직 노동자들도 권리를 위해 투쟁해왔다. 이 투쟁의 성과로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적으로 알려졌고, 비정규직들의 권리가 조금씩 향상되었던 것이다.
  ○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니다. 아직은 단결의 힘도 크지 못하고, 법적인 문제도 노동자들에게 많이 불리하다. 하지만 앞서 투쟁했던 동지들이 헌신적으로 투쟁하면서 길을 닦아놓았다. 인사이트동지들은 불법파견 노동자들이 정규직화 할 길을 닦았고, 기아자동차 노동자들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하면 정규직화거나 직접고용이 될 수 있는 길을 닦았다. 그리고 화물연대 노동자들은 비정규직들도 조직하고 뭉치면 엄청난 힘을 발휘해서 정부를 항복시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먼저 치열하게 싸운 동지들이 간 그 길을 따라서 우리는 가고 있다. 가야 한다.

6. 어떻게 할 것인가?

  ○ 지금은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조용히 살면서 불만만 터뜨리거나 그냥 나가버릴 것인가, 그래서 노동자들에게 다시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불면 소리없이 짤려 나갈 것인가, 아니면 자기의 권리를 스스로 찾아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가 우리 앞에 놓여있다. 결국 이러한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스스로 조직해서 투쟁으로 나서는 것이다. 단결하지 않고 투쟁하지 않고 문제를 극복한 사례를 우리는 단 하나도 발견할 수 없을 것이다.
  ○ 그런데 우리 마음에는 큰 두려움이 자리잡고 있다. "내 옆의 노동자를 믿을 수 있을까?" "저 사람은 정규직이 될 가능성이 높아서 우리를 배신하지 않을까?" "다들 생각은 있어도 나서지 않을지 모른다" 등등 수많은 생각이 머리 속에 들 수밖에 없다. 그만큼 우리가 단결해서 투쟁을 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조직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함께 하는 투쟁의 경험이 있어야 한다. 현장에서 작은 시도들을 해보자. 현장에서 벌어지는 비인격적 대우, 부당한 전환배치, 잘못 계산된 임금, 강제잔업 등의 문제에 대해 한번 목소리를 모아보자. 우리의 힘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현장에서 작은 힘을 모아 투쟁을 해보는 것, 그것이 시작일 수 있다.
  ○ 그런데 우리 힘만으로 모든 것을 풀 생각을 하면 안 된다. 우리는 다른 노동자들과 연대해야 한다. 먼저 정규직 노동자들과 연대해야 한다. 올해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동조합은 단체협약에서 비정규직 요구안을 갖고 투쟁하려고 한다. 우리가 함께 할 때 투쟁의 힘도 커지고 현대자동차로부터 우리의 권리를 찾을 수 있다. 우리가 신뢰를 보여줄 때 정규직과 알게 모르게 그어져있는 차별의 선을 뛰어넘을 수 있다. 또 우리는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과도 연대해야 한다. 전북지역에서는 국공립대학이나 병원의 시설관리 노동자들, 자치단체의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열심히 투쟁하고 있다. 이 노동자들의 투쟁에 주의를 기울이고 비록 힘들지만 어떻게 전진하고 있는지를 배워야 한다.
  ○ 우리의 투쟁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것이고 권리를 회복하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에게만 해당하지 않는다. 노동자들을 모두 비정규직으로 만들어서 투쟁의 성과를 빼앗아가려는 회사에 맞서 우리의 노동조건과 힘을 지키는 것은 바로 우리의 아들과 딸들이 더 이상 이런 굴레 속에 살아가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며, 우리 사회를 진정 노동자외 민중을 위한 사회가 되도록 만드는 길이다. 그러기 위해 작은 힘이지만 서로 보태고 신뢰하고 앞으로 나아가자.
서동석 |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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