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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씨줄날줄 |
열사분신 열흘째, 천막농성 사흘째,
비온위의 차가운 공기와 매서운 바람소리와 함께 천막에서 또다시 한주를 맞이한다.
열사의 분신에도,
세 동지들의 목숨을 건 고공농성에도,
피터지게 싸우는 집회에도,
매일 아침 회사와 직영노조와 경쟁하듯 유인물을 뿌려야 하는 출투에도,
빗속에서 시작한 천막농성에도
현장은 별 다름없이 또다시 한주를 맞이하는 듯 하다.
그러나 오늘,
두 하청노동자가 스스로 노예가 아님을, 인간임을 선언했다.
내일부터는 당당하게 현장에서 조끼를 입고 투쟁할 것을 결의했다.
물론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동료들고 가족들이 당할 고통과 시련이 가장 두려웠다는 진용기 동지는
열사의 죽음앞에 그냥 노예처럼 살자고 다짐했었다.
그러나 열사의 죽음을 왜곡하고 음해하는 사측과 여용노조의 만행에
더이상 숨죽여 있을수만은 없었다.
하청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 정당한 권리의 쟁취를 위해서 일어나기로 했다.
내일부터는 전쟁이다.
사측에서는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보이게, 보이지 않게 현장통제와 탄압을 할것이다.
이는 진용기 동지의 말처럼 사측 스스로 "현장이 무법천지임을 밝히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진용기 동지는 또한 어떤 탄압에도 "자랑스런 현대중공업사내하청노동조합 조합원임을 당당히
밝히며 끝까지 싸워서 승리할 것"이며 "승리하지 못한다면 이 기자회견문을 유서로
대신하겠다"고 했다.
기자회견 도중 동지들은 통곡에 가까운 눈물을 쏟아냈다.
그동안의 울분과 분노를 토해놓았다.
기자회견장의 다른 사람들도 눈물지을수 밖에 없었다.
어찌하여 노동자가 노동자로서 당연한 노동조합활동을 하겠다는 것을 선언하며
기자회견까지 해야 한단 말인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인간대접도 받지 못하고
살아야 한단 말인가! 왜 죽고 나서도 말도 얼토당토 않은 모욕을 당해야 하는가!
단지 함께 눈물 흘리는 것으로 끝내지 말자. 더이상의 유서는 용납하지 말자.
이 기자회견문이, 투쟁결의문이, 유서가 되지 않도록
모든 비정규직노동자의, 이땅의 모든 노동자의 힘을 모아내자!
오늘 열사가 일했던 인터기업의 노동자들도 빈소를 지키며 재결집을 조직하겠다는
결의를 밝혔다.
현장이 일어나고 있다.
이들을 엄호하여 모든 하청노동자가,
모든 노동자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그 날까지 함께 하자!
2004.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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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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