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내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얼마나 됩니까?”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몇 명이나 되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그러나 이 질문은 상당히 나를 당혹스럽게 만든다. 대답한다면 ‘모른다’이다.
활동하는 사람이 몇 명인지 모른다면 참으로 웃기는 일이지만 현실이 그렇다.
98년 수많은 노동자들이 ‘정리해고’라는 이름으로 길거리에 내몰려 생존권을 강탈당했다.
온통 텔레비전은 ‘구조조정’, ‘정리해고’, ‘실업률 %’라는 단어들만이 도배질 됐고, 현대자동차 조합원들의 투쟁소식은 언론과 자본에 의해 왜곡되고, 축소되어 기사화 되었다.
그러나 온 몸으로 맞서 왔던 ‘98년 정리해고 박살 투쟁’은 당시 집행부의 배신으로 막을 내렸다.
2000년 6월 12일, “내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하청은 투입하겠다”던 정갑득은 한 술 더 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의 완전고용 쿠션으로 한다는 ‘완전고용합의서’에 합의하였다.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6.9%라는 허울좋은 퍼센트에 제도화, 합법화되어 충원되었다.
처음 경비, 청소부, 식당 등으로 시작되었던 하청투입은 울산공장만 25%, 지부는 40%를 넘는다. 최근에는 50%를 육박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대략 본조만 1만명이 넘을 것이라는 말이 있다.
공식적인 집계는 오로직 사측이 제시하는 자료에만 의존할 수 밖에 없고 사측은 혀를 둘러찰 정도의 계산법으로 16.9% 이내로 만들어 노동조합에 보고하는 것이다.
그 16.9%에는 2차, 3차 하청과 한시하청은 포함도 되지 않는 퍼센트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자동차 내에 비정규직 노동자가 적확히 몇 명인지 알 수 없는 것이다.
- 정규직 노동자
98년 전후로 신규인원 충원이 중단되었다. 많은 정규직 노동자들이 짤려 나간 자리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로 채워졌다. 그러나 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이 날로 증대되어 가는 것에 아무런 문제의식을 갖지 못했다.
98년 정리해고를 통해 많은 정규직 노동자들이 짤려 나갔고, 내 동료보다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짤려 나가는 것이 낫다고 사고하게 되었다. (그러나 사실 98년 가장 먼저 짤려 나간 것은 바로 하청노동자였다! 그런 지점에서 본다면 구조조정 정리해고는 정규직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또한 충원이 중단된 상태라 노동강도는 강화되었다. 충원이 언제될지 모르는 상황이다보니 자연스럽게 하청이라도 투입해 달라고 요구하게 되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비정규직의 문제가 이슈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비정규직을 바라보는 관점은 제자리를 돌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공장의 신규인원 충원은 대단히 커다란 성과였다. 지속적으로 하청투입이 되고 있는 시점에서 본다면 정말로 커다란 성과였다. 그러나 신규인원 충원으로 인해 수백명의 하청노동자들이 해고되거나 해고대상으로 지정되어 있다. 뒤늦게 하청노동자들의 해고를 통한 신규인원 충원에 대한 많은 비판이 제기되었고 많은 활동가들이 겸허히 비판을 받아드리거나 고민했다. 그런데 문제는 또다시 이러한 절차를 2공장이 똑같은 수순을 밟고 있다는 점이다. 앞선 공장의 성과와 비판, 한계가 제기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신규인원이 충원될 때까지 수십명의 한시하청 노동자를 투입하기로 합의했고, 또다시 이들은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상황에 놓여지게 된 것이다.
많은 활동가(대의원 포함)들이 구조조정에 의해서 비정규직이 양산되는 지점에서 함께 인식하고 우려한다. 그렇기 때문에 ‘비정규직 철폐’든 ‘처우개선, 차별 철폐’이든 비정규직의 문제는 한시 빨리 풀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현장에만 들어가면 활동가들은 비정규직의 문제에 있어 소극적으로 변신한다.
가장 큰 변명은 바로 이거다. ‘조합원이 원하기 때문에..’
분명 잘못된 지점이라는 것을 알지만 조합원이 원하기 때문이란다. 어쩔 수 없단다. 그렇게 악순환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 비정규직 노동자 : 부당노동행위 그 열려진 공간
부당노동행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언제, 어디서든 자행된다.
물론 정규직 대의원들의 노력으로 많은 부분이 지적되고 시정되기는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또는 업체의 지능적이고 능동적인(?) 대처로 재빠르게 진행된다. 그리고 대다수 하청노동자들이 부당하다고 생각하지만 해고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없기에 그냥 포기하는 경우도 허다하고 아예 이것이 부당노동행위인지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도 많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적정인원이라는 개념이 별로 없다. 물론 콘베어를 타는 의장부야 약간 사정이 좋기는 하지만 오십보 백보일 뿐이다.
주간조에 있던 하청노동자가 반대조에 곧바로 투입되어 24시간 일하는 경우도 있고, 사측이 일방적으로 퇴직금 중간정산을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노예문서라고 불리는 하청 ‘근로계약서’의 내용을 무조건 해고라고 명시되어 있다. 물론 해고도 당일 날 짤리면 그만이다. 예전에 어떤 업체의 경우에는 현장으로 들어가기 전 핸드폰 압수는 물론이요, 위 사무실에서 일일이 감시했다고 한다. 직영을 위해서 하청노동자들의 전환배치는 말 할 것도 없다.
일일이 수많은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 말하면 무엇하랴.
그러한 부당노동행위들이 자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정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일자리와 맞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 비정규직 노동자, 그 속에 또다시 조각난 노동자
자본은 그저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이름으로만 한정하지 않는다. 더욱더 많은 이윤과 착취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정규직,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자를 갈라놓고 분열시키더니 이제는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갈라놓고 분열시켜 더 많은 이윤을 착취하기 위해 열을 올린다.
현대자동차에는 1차 하청(사내하청이라 불린다)과 2차, 3차 하청이 들어와 있다. 앞서 말했듯이 2차, 3차는 자동차 하청 내에서도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그런데 그러한 2, 3차 하청 외에 임시직, 일용직, 아르바이트 등 다양한 이름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입된다.
쉽게 풀이한다면 1차 하청은 자동차와 직접적으로 계약을 맺는다. 2차 하청업체는 외주업체와 계약을 맺고 자동차에 들어와 외주업체 대신 일을 한다. 그러다보니 1차 하청보다 시급도 낮고 1차 하청노동자들이 누리는 떡값이며, 성과급, 체육복 지급 등 후생복지시설 따위는 꿈도 꿀 수 없다. 대부분의 2차 업체들은 주요라인보다는 서브작업장(의장과 떨어진 외진 곳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자동차에 흔히 볼 수 있다는 빨간조끼(대의원 등)를 입은 사람도 볼 수 없다.
많은 2차, 3차 하청노동자들은 그저 1차 사내하청에 다니는 노동자들이 부럽기만 하다. 어떻하든 1차 하청으로 들어가려 한다. 당연히 2차, 3차는 사람이 없다. 정해진 T/O는 이미 물건너 가고 6명이 일할 것을 2명이 일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대부분 실습생 아니면 연세가 지긋한 분들이 여기마저도 짤릴까 숨 죽이며 다닌다.
동일노동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또다시 1차, 2차, 3차 등의 이름으로, 그렇게 자본의 이윤을 위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갈라졌고 그 비정규직 노동자들 마저 조각조각 깨져 있는 것이다.
자동차 비정규직 조직화를 위해 활동하면서 가장 답답한 지점은 자본이 만들어낸 노노 갈등의 구조에 있어 정규직 활동가들의 관점이다. 아까도 서술했듯이 구조조정에 의해 비정규직이 양산되는 지점에 대해서는 동의는 물론 투쟁해야 한다고 말을 한다. 그러나 정작 비정규직 현실에 대해, 하청투입에 대한 부분을 이야기하면 활동가들은 온 몸이 비틀린다.
그러면서도 비정규직의 문제를 이야기한다. 독자노조를 어떻게 건설할 것인가 또는 지역노조로, 산별노조로의 조직화를 말한다.
그러나 나는 독자노조를 건설하기 전에 또는 지역노조, 산별노조 이전에 비정규직의 주체를 어떻게 형성할 것이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볼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그저 썬방에 날리면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또는 비정규직의 문제가 노조를 건설되어 계약해지되서 투쟁하고 있으면 연대하는 차원의 생각으로만 방점에 찍혀져 있는 것이 답답하다.
올해 임투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일정정도 쟁취했다. 또한 노동조합을 통해서 임금이 약 8%대 인상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올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말만 무성했을 뿐 실질적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정규직이 되기 위해 수천만을 상납하더라도 들어가겠다는 하청노동자들이 생겨났다.
오히려 더욱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 노동조합에 기대하게 되었다. 임금도 마찬가지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쟁취가 아닌 정규직 노동조합이 어떤 떡고물을 줄 것인지에 대해 궁금해 했다.
정규직의 조직화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제도적 시혜적 차원이 아닌 주체형성이 시급하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스스로의 힘으로, 스스로의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지금상황에서는 제도적 개선이 일정정도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한 활동가의 말처럼 ‘제도적 개선은 마약’이라고 표현한 것에 동의한다. 즉 그 제도적 개선이 하청을 불쌍하게 여겨서 어떤 시혜를 베풀기 위한 것이라면 나는 쌍수를 들고 반대할 수 밖에 없다.
현대자동차 내에서 비정규직의 문제는 이제 막 첫발을 내딛었다.
나름대로 부서 회식 또는 체육대회 등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참석시켜 대화를 나누거나 주체형성을 실현하기 위해 작지만 의미가 큰 실천을 하는 활동가들도 있다.
이제 비정규직의 문제를 그저 시혜적 차원으로 바라보는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동지들도 생겼다. 여기서부터 첫 출발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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