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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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열사의 마지막 절박한 외침으로 기억되는 이 구호는, 21세기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의 현실을 보여주는 표현이기도 하다. 현대중공업에는 약 150여개, 15,000여명의 하청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중공업 생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하청노동자는 일당직, 시급제, 계약제 등 다양한 형태로 하청업체와 근로계약을 맺고 있지만, 공통된 점은 똑같이 일해도 '기본'조차 대우받지 않는 현실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점이다. 위험하다는 조선소 작업 중에서도 소위 3D로 취급되는 도장, 취부, 족장 등에 주로 하청노동자가 존재한다. 작업 과정에서 다치기라도 하면, 산재 신청은 커녕 치료비 몇 푼 받아 회사에서 쫓겨나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물량이 떨어지면 "내일부터 나오지마"라는 소리에 찍소리 못하고 해고돼야 한다. 열 받아서 한바탕 소란이라도 피우거나, 산재로 문제라도 생기면 전산 크레임에 걸려 한동안 다른 곳에 취직도 못한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하는 노동자들이 바로 중공업 하청노동자들이다.
"하청노동자도 인간이다, 우리도 한번 인간답게 살아보자" 하청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외치고 즐겨하는 익숙한 이 표현에는 하청노동자의 심경과 상황이 담겨 있다.
우리에게도 노동조합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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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도 노동조합이 있었으면" 하청노동자들 중 이런 생각을 안 해 본 사람이 없다.
8월 24일 창립총회, 8월 30일 설립필증 교부를 거쳐 마침내 중공업에서도 하청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이 탄생했다.
하청노동자들의 노동조합에 대한 열망, 사람답게 살고픈 의지는 곳곳에서 확인될 수 있다. 원청 자본과 하청업체의 입체적 탄압에 하청노동자들의 열망은 폭발적으로 분출되고 있지 못하다. 그러나 하청노조가 만들어지고 나서 조금씩 변화되고 있다.
아직 힘없는 노동조합이지만 그래도 기댈 수 있는 게 생겼다며 기뻐하고 든든해하는 하청조합원들, 이른 아침 익숙하게 유인물을 받아가는 직영노동자와 달리 그냥 지나쳐왔던 그들이 이제는 하청노조의 붉은 조끼를 보면 달려와 격려인사를 한다. 노동조합 사무실에 먹을 것을 싸들고 와서 업체에서 겪었던 불만들, 하청신세 타령을 계속 늘어놓기도 한다. 때로는 맨 정신으로 찾아오기 주저된다며 술 한 잔 걸치기도 한다.
하청노동자들은 노동조합에 대한 기대와 지지를 비록 적극적인 형태는 아니지만 아낌없이 보내주고 있다. 하청노동자들의 마음은 다 똑같다.
절망의 공장, 죽음의 공장, 현대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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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노동자 투쟁은 하청노동자들 스스로 주체가 되어서 전개되어야 한다. 그러나 하청노동자'만'의 싸움이 될 수 없다. 최근 현대중공업에서는 직영노동자들의 조합선거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 선거는 현재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운동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중공업에서 하청노동조합이 만들어져 싸움을 전개하고 있지만 여전히 하청노동자'만'의 싸움이 되고 있다. 그나마 노동조합 건설 과정에서 <비정규직 투쟁 실천단>을 구성해 함께 실천투쟁을 해왔던 몇몇 직영노동자 동지들도 현재는 선거활동'만'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떠한 선본에서도 비정규직의 '비'자도 꺼내지 않고 있다. 중앙선관위에서는 하청노조 활동을 중단해줄 것을 요청해오고 있다. 올해 중공업 노조선거는 가장 첨예한 쟁점사항(해고자 문제, 비정규직 문제 등)을 비껴나간 채, 이를 끄집어내는 단위들을 오히려 매도하는 분위기이다. 투쟁회피적인 단위들에서는 하청문제, 현장통제 및 노동강도 문제가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또한 소위 '민주노조 복원'을 이야기해왔던 일단의 세력들도 이러한 작금의 현실을 뚫어내지 못한 채 차별점을 전혀 보여주고 있지 못하다.
"직영노동자와 하청노동자의 공동투쟁"이라는 운동의 대원칙과 과제는 이 곳 현대중공업에서는 너무나 먼 현실인 것처럼 느껴진다.
또 한명의 하청노동자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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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명의 노동자가 죽었습니다. 죽을 것 같은 노동강도와 기본적 안전시설 미비…" '근조'를 내건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또다시 하청노동자의 '근조'를 내건다. 하청노조가 건설된 이후, 약 보름에 한 번꼴로 사람이 죽어나가고 있다. 죽을 것 같은 노동강도, 현장통제 문제는 하청노동자에게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다. 오늘은 하청노동자가, 내일은 직영노동자가 죽어나가는 현실, 그러나 여전히 무기력한 대응. 하청노동자의 연이은 죽음 앞에 하청노조는 무어라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언제까지 무력감과 패배감에 젖어있을 수 없다. 우리는 최대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싸움을 지속해나갈 것이다. 하청노동자들이 주체가 되어 싸움을 시작해나갈 것이다. 그리고 직영동지들에게 촉구할 것이다. 우리 모두에게 절박한 문제이다, 함께 싸워나가자고.
또 하나의 싸움이 만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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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노조 건설을 전후해 벌어졌던 업체투쟁과 노조건설 투쟁은, 커다란 파고를 형성하지 못했다. 현장에서 하청노동자들의 뜨거운 관심과 기대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이러한 분위기가 응집된 투쟁의 힘으로 전화되지 못해왔다.
"노조에 가입하면 폐업하겠다, 블랙리스트에 올려 다시는 중공업에 발을 들여놓지 못할 꺼다" 이어지는 협박과 탄압에도 불구하고 하청노동자들은 노조사무실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 중에는 자신의 업체 내에서 부당한 문제를 제기하고 싸움을 결의하는 동지들도 있다. 최근 몇몇 조합원들은 동료들과 요구안을 모아 사장에게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하청관리자는 물론 원청 차원에서 발 빠른 대응을 보이자 오히려 적극적인 결의를 보여주고 있다. 아직 해고되지 않고 투쟁 중인 조합원들은 하청노조 조끼를 입으며 공장 안을 휘젓고 다니기도 한다.
한편 초기 공장 밖으로 밀려나온 노동조합 간부들과 일부 공개된 조합원들은 매일 아침저녁 출·퇴근 투쟁과 경비들의 방해, 경찰연행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공장 안으로 진입해 하청노동자들의 박수를 박으며 중식선동을 진행하고 있다.
아직 불씨는 지펴지지 않았다! 하청노조는 올해가 지나기 전에 다시금 하청노동자들의 싸움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청노동자들의 "사람답게 살아보자"는 열망은, 우리의 끈질긴 활동과 함께 분출돼 나올 것이라 믿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중공업에서 하청노조 건설은 꿈이라 했다. 그러나 지금 하청노조는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이제 하청노동자들의 전공장적 투쟁, 총파업을 희망해보자. 꿈일지라도, 우리 하청노동자들 모두가 꾸는 꿈이라면, 하청노동자들이 뭉친다면, 우리는 반드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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